← 목록

· 민수기

2026. 08. 06. 목요일 - 민 8:1-13

me@antimony.kr

먼저, 1-4절에서 등잔과 등잔대가 뜬금없이 왜 나왔을까? 내 생각에는 레위 사람 정결 예식을 위해서 빛을 먼저 비추는 사전 작업이 아니었을까 싶다.

레위 사람 정결 예식은, 속죄의 물 뿌리기, 온몸의 털 밀기, 옷 빨아 입기 순으로 진행되며 이 과정을 다 겪고 나면 정결하게 된다고 한다. 그 이후에는 속죄의 과정이 나온다. 먼저 이스라엘 자손이 레위 사람들에게 손을 얹고, 레위 사람들은 제물이 된다. 그러고 나면 레위 사람이 주를 섬기는 일을 맡아서 할 수 있게 된다. 그 뒤로, 레위 사람이 수송아지에게 손을 얹고, 수송아지는 제물이 된다. 이스라엘 백성과 레위 사람, 레위 사람과 수송아지가 대구를 이루고 있고, 이중 '대리 제물' 구조를 이루고 있다. 결국 레위인도 대속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이야기다.

레위 사람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대표해서 주를 섬기는 일을 맡아서 하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난 삶을 완전히 단절하고 새로운 신분으로 태어나는 일들, 다시 말해서 자기 부인(날마다 내 안의 부정한 생각들과 낡은 고집을 씻어내는 것)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결국 레위인도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이고, 속죄가 필요한 존재들이다. 털을 밀어도 다시 자라고, 옷을 빨아도 입다 보면 다시 빨아야 하는 것처럼, 레위 사람 자체도 완벽하지 않고 자기부인의 과정도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레위 사람들은 계속된 자기부인과 그 과정 속에서 기꺼이 제물이 되겠다고 나서는 그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들이 레위 사람들로 하여금 백성들을 대표해서 주를 섬기는 일을 맡을 수 있게 한 것 같다. 이것을 보면 하나님께서 봉사자를 어떻게 세우시는가를 보게 된다.

하나님을 섬기는 직분은 (교회에서든 선교단체에서든 세상에서든) 사람이나 조직의 거룩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속죄를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대신하여 하나님 앞에 서는 은혜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중보기도인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철저한 자기부인과 기꺼이 다른 사람들을 대신하여 하나님 앞에 서겠다고 하는 사랑의 마음들로 단련시키고 훈련시켜 가시는 것 같다. 그들이 '이전의 삶을 뒤로하고 하나님께 속한 사람으로 살아가기'로 결단했기 때문에. 이 자기부인이 중요한 이유는 '나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사람이다'라는 신분의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 신분에 맞게 생각하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나는 다른 사람들을 대신하여 하나님 앞에 서겠다고 하는 마음은 있는데 (그 마음이 큰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기부인이 아닌 자기 확신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낡은 고집'이라는 단어가 참 마음에 와닿는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단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결국 대속을 받아야 하는 사람인 것 같고, 하나님도 나를 나의 변화한 신분에 맞게 살아가도록 훈련시키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정말 날마다 자기부인하는 삶을 놓지 않기를 원한다. 내 안의 부정한 생각과 낡은 고집을 외면하거나 가볍게 여기지 않고,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새로운 신분에 맞지 않는 것은 날마다 부인하기를 원한다. 자기부인의 기준은 "내 생각과 말과 행동이 하나님께 속한 사람다운가?"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하나님께 속한 사람으로서, 내가 있는 자리에서 다른 사람을 대신하여 하나님 앞에 서는 중보의 삶을 살아가기를 기도한다.